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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4

사랑이라는 이름의 거리

사랑이라는 이름의 거리

가족은 가장 가까운 타인이다. 그래서 우리는 가족에게만 유독 날카로워진다. 낯선 사람에게는 애써 고르는 말도, 가족 앞에서는 다듬지 않은 채 던진다. “이 정도는 이해해주겠지”라는 기대가 쌓일수록, 말은 쉬워지고 상처는 깊어진다. 부부 사이의 갈등은 종종 사랑의 부족이 아니라 기대의 과잉에서 시작된다. 함께 살아간다는 이유로, 우리는 상대가 내 마음을 알아주길 바란다. 설명하지 않아도, 말하지 않아도. 하지만 마음은 전염되지 않는다. 표현되지 않은 기대는 오해로 변하고, 오해는 서운함이 된다. 그렇게 침묵은 늘어나고, 대화는 줄어든다. 부모와 자식 사이의 갈등은 또 다른 방향으로 깊어진다. 부모는 “너를 위해서”라는 말로 통제하고, 자식은 “왜 나를 이해하지 않느냐”고 묻는다. 문제는 사랑의 크기가 아니라 사랑의 방식이다. 부모의 경험은 조언이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족쇄가 된다. 자식의 선택은 미숙해 보이지만, 그 시행착오마저도 성장의 일부다. 그러나 가족이라는 이유로 우리는 그 시간을 기다려주지 못한다. 가족 갈등의 본질은 종종 경계의 부재다. 너무 가까워서, 서로를 하나의 존재처럼 여기기 때문에 생긴다. 부부도, 부모와 자식도 각자의 세계를 가진 독립된 개인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를 자주 잊는다. 사랑한다는 이유로 상대의 삶에 함부로 들어가고, 그만큼 쉽게 상처를 준다. 해결의 시작은 거창하지 않다. 상대를 바꾸려는 노력보다, 이해하지 못해도 존중하겠다는 태도에서 출발한다. 모든 갈등이 해결될 필요는 없다. 다만, 함께 살아갈 수 있을 만큼만 조율되면 된다. 말이 통하지 않는 날이 있어도 괜찮고, 거리가 필요한 순간이 있어도 괜찮다. 그것은 단절이 아니라 숨을 고르는 시간이다. 가족은 완벽한 안식처가 아니다. 오히려 가장 많이 다치고, 가장 오래 기억되는 장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가족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분명하다. 갈등 속에서도 여전히 돌아갈 수 있는 자리, 다시 말을 걸 수 있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사랑은 늘 가까워지려는 힘으로 오해되지만, 때로는 한 걸음 물러설 줄 아는 용기이기도 하다. 그 용기가 쌓일 때, 가족은 비로소 상처 주는 존재가 아니라, 함께 성장하는 관계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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