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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24

시간을 벌기 위해 시간을 쓰는 아이러니

시간을 벌기 위해 시간을 쓰는 아이러니

우리는 늘 시간이 없다고 말한다. 그래서 시간을 벌기 위해 바쁘게 움직인다. 더 빠른 도구를 사고, 더 효율적인 방법을 찾고, 멀티태스킹을 연습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과정에서 우리는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한다. 시간을 아끼기 위해 시작한 일들이 오히려 우리의 하루를 더 잘게 쪼개 놓는다. 기술은 시간을 압축해 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우리의 삶은 더 촘촘해졌다. 이메일을 보내는 데 몇 초면 충분해졌지만, 그만큼 더 많은 이메일이 도착한다. 이동 시간은 줄었지만, 이동 중에도 일은 따라온다. 우리는 쉬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끊임없이 준비하고 계획하지만, 정작 쉬는 법은 점점 잊어간다.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는 인간을 “시간 속에 던져진 존재”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우리는 시간을 소유하는 존재가 아니라, 시간 안에서 살아가는 존재다. 그런데도 우리는 시간을 마치 관리 대상이나 자원처럼 다루려 한다. 시간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순간, 오히려 시간에 쫓기는 삶이 시작된다. 시간을 벌기 위해 쓰는 시간은 대부분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지금 조금만 더 고생하면 나중에 편해질 거라는 믿음. 하지만 그 ‘나중’은 쉽게 오지 않는다. 효율이 높아질수록 기대치는 올라가고, 빈 시간은 또 다른 일로 채워진다. 이렇게 우리는 시간을 절약하는 기술은 발전시켰지만, 시간을 느끼는 감각은 점점 둔해진다. 아이러니는 여기서 완성된다. 시간을 아끼려는 노력은 삶을 풍요롭게 하기보다는, 삶을 더 조급하게 만든다. 반대로 아무 목적 없이 흘려보낸 시간, 쓸모없어 보이는 산책이나 멍하니 있는 순간들이 오히려 우리에게 “살고 있다”는 감각을 준다. 어쩌면 정말로 필요한 건 시간을 더 벌어들이는 방법이 아니라, 이미 주어진 시간을 덜 관리하려는 용기일지도 모른다. 시간을 쓰지 않기 위해 시간을 쓰는 삶에서 벗어나, 시간을 그냥 살아내는 삶으로 돌아가는 것. 그때 비로소 시간은 부족한 적이 없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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